뭇 충인들을 모아 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유명한) 장수풍뎅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대답은 크게 2가지로 나뉠 것이다.
바로 남미의 헤라클레스왕장수풍뎅이와 동남아의 키론(코카서스)왕장수풍뎅이가 그것이라 할 수 있겠다.
위 두 종은 곤충에 대해 거의 모르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히 높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곤충표본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한 마리쯤 손에 넣고 싶어하는 종임과 동시에
‘나는 장수풍뎅이과 표본을 좀 모아 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두마리 정도는 보유할 법한 종들이기도 하다.
이번 연재 시리즈에서는 이 두 종 중에서도 전자에 해당하는 헤라클레스왕장수풍뎅이,
그리고 이 종이 속한 Genus Dynastes의 소속 종 및 아종에 관해 다뤄볼 예정이다.
본인 또한 지난 수 년 동안 본 속을 모아 온 사람이고,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Dynastes 속의 전 종 및 아종을 모은 현 시점까지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해 드리고자 본 연재를 조심스럽게 시작해본다.
아직 한참 부족하고 얕은 실력과 지식이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본 연재는 일반 서적 및 논문들을 포함한 국내외의 다양한 출판물들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작성되었으며,
기존의 자료가 출판된 이후 새로이 알려진 정보 및 정정된 정보 일부를 추가적으로 다루게 될 예정임을 알려드리는 바이다.
- 연재를 시작하기 앞서 -
연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본 연재에서 자주 언급되는 어휘에 대하여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다.
1. 개체(individual)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
생존에 필요한 신진대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단위.
본 연재에서는 앞서 설명한 개념을 만족시키는 생명체의 표본 또한 ‘개체’로써 표기한다.
2. 속(genus)
서로 형태적/진화적으로 근연 관계에 있는 하나 이상의 종을 묶은 인위적 단위.
본 연재에서는 ‘Genus Dynastes’ 라는 하나의 속을 다룬다.
3. 종(species, sp.)
생물을 구분하는 기초적인 단위.
전통적인 생물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임의의 두 개체가 자연 상태에서 교배를 통해 생식이 가능한 자손을 낳는 경우
그 두 개체를 같은 종으로 간주한다.
뒤집어 말하면, 다른 종끼리의 교배가 이루어질 경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생식력이 없는 자손이 나온다.
축약해서 sp.로 표기할 수 있다.
4. 아종(subspecies, ssp.)
같은 종의 개체군이 각종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형태적/생식적 격리가 일어난 경우 각 개체군을 아종으로 간주한다.
아종의 정의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아종은 한 서식지 내에서 발견되어서는 안되지만,
최근 발표된 아종들을 보면 서식지가 완벽하게 격리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보이기도 한다.
다른 아종이더라도 근본적으로 같은 종이기 때문에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다양한 이유로 교미가 이루어질 경우 생식이 가능한 자손이 태어난다.
축약해서 ssp.로 표기할 수 있다.
5. 모식표본(type specimen)
신종 혹은 신아종을 발표할 때 기준으로 삼는 표본.
현재 국제동물명명규약은 신종이나 신아종을 발표할 때 모식표본을 지정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참고로, 각 속에서 가장 먼저 발표된 종을 모식종(type species)이라 부르고
모식표본이 채집된 지역을 모식지(type locality)라고 부른다.
6. 동물이명(synonym)
신종이나 신아종을 발표할 때 의무적으로 학명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때 새로 발표한 종/아종이 기존에 다른 학명으로 발표된 기록이 있을 때 그 학명들을 동물이명이라고 부른다.
국제동물명명규약에서는 동물이명이 존재할 경우 발표상의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최초로 발표된 학명만을 유효한 학명으로 인정해 준다.
반대로, 다른 종/아종인데 동일한 학명으로 발표될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동명이물(homonym)이라 불리며,
동물이명과 동일한 원칙에 따라 최초로 발표된 학명만을 유효한 학명으로 인정해 준다.
여담으로, 학명은 반드시 이탤릭체(또는 기울림체)로 표기하거나 밑줄 표시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본 연재에서는 편의상 위 작업을 생략하도록 하겠다.
7. 동정(idrntification)
각 종/아종의 특징을 관찰해 그 종/아종의 학명을 알아내는 과정.
8. 두각(cephalic horn)
머리에서 발현된 뿔의 통칭.
보통은 1개만 발현되지만 경우에 따라 2개 이상이 발현되는 개체도 있다.
9. 흉각(thoracic horn)
가슴에서 발현된 뿔의 통칭.
Dynastes 속의 종들은 일반적으로 1개 혹은 3개의 흉각을 가진다.
본 연재에서 다루는 Dynastes 속은 일반적으로 흉각 끝에서 날개 끝까지의 길이를 체장으로 정의한다.
10. 내치(tooth, denticle)
뿔이나 턱에 돋은 돌기를 통칭하는 용어.
일반적으로 각각의 뿔이나 턱에서 가장 큰 내치를 대내치(tooth)라고 칭하며
기타 내치들은 소내치(denticle) 혹은 별도의 수식어 없이 내치라고 칭한다.
본 연재물에서는 대내치라는 표현 대신 두각 끝 돌기, 중간내치 등의 표현이 더 자주 사용될 예정이다.
11. 기부(base)
턱이나 뿔 또는 돌기가 돋은 부분의 기초 부분.
기부 및 tooth와 denticle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시한 사진.
대략적으로 적색 원 부분을 기부라 칭하고 청색 원과 황색 원은 각각 tooth와 denticle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tooth는 보통 대내치를 의미하지만 헤라클레스의 경우 두각 제일 끝부분의 내치를 tooth라고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재에서는 청색 원 부분을 두각 끝 돌기, 황색 원 부분을 중간내치라고 칭할 예정이다.
12. 점각(punctulatum)
점으로 새긴 그림이나 무늬.
곤충 분야에서는 곤충의 외골격 표면에 점처럼 박힌 미세한 구멍 혹은 돌기를 통칭한다.
위의 사진에서 적색 원 좌측으로 점각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Genus Dynastes -
Geenus Dynastes는 본 속의 대표종이자 모식종인 Dynastes hercules hercules (Linnaeus, 1758)를 포함해
총 8종 11아종(원명아종 제외)이 소속된 비교적 작은 속이다.
미국 본토부터 브라질 남부까지 매우 폭넓게 분포하는 속이며,
서식 범위가 넓은 만큼 다양한 지역별 변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머리와 앞가슴등판에서 길게 발달하는 뿔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일부는 앞가슴등판에 2개의 추가적인 흉각이 발달해 총 4개의 뿔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본 속은 각 종군의 특성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분류가 가능하다.
우선 앞다리의 형태 차이로 구분을 하게 되는데
앞다리의 길이가 비교적 길고 부절 끝 부분 마디에 돌기가 존재하지 않는 Subgenus Dynastes,
앞다리의 길이가 비교적 짧고 부절 끝 부분 마디에 돌기가 존재하는 Subgenus Theogenes로 구분이 가능하다.
좌측 : Subgenus Theogenes (D. neptunus neptunus)
우측 : Subgenus Dynastes (D. hercules ecuatorianus)
또한 Subgenus Dynastes는 앞날개의 색상 및 두/흉각의 발달 양상에 따라
Giant Hercules Beetles Group과 White Hercules Beetles Group으로 양분이 가능하다.
(본 분류 방식은 인위분류 방식으로 생물학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자연분류의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본 연재에서는 첫 순서로 Subgenus Dynastes 중 Giant Hercules Beetles Group을,
그 다음으로 Subgenus Dynastes 중 White Hercules Beetles Group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Subgenus Theogenes를 다루어볼 예정이다.
또한 각 그룹에 소속된 종 및 아종은 발표된 순대로 수록할 예정이며,
따라서 전체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Subgenus Dynastes
1–1. Giant Hercules Beetles Group
1-1-1. Dynastes hercules hercules (Linnaeus, 1758)
1-1-2. Dynastes hercules ecuatorianus Ohaus, 1913
1-1-3. Dynastes hercules reidi Chalumeau, 1977
(바우드리 아종 - Dynastes hercules baudrii Pinchon, 1976)
1-1-4. Dynastes hercules lichyi Lachaume, 1985
1-1-5. Dynastes hercules septentrionalis Lachaume, 1985
(툭스틀라스 아종 - Dynastes hercules tuxtlaensis Moron, 1993)
1-1-6. Dynastes hercules occidentalis Lachaume, 1985
1-1-7. Dynastes hercules paschoali Grossi et Arnaud, 1993
1-1-8. Dynastes hercules trinidadensis Chalumeau et Reid, 1995
1-1-9. Dynastes hercules bleuzeni Dechambre, 1995
1-1-10. Dynastes hercules morishimai Nagai, 2002
1-1-11. Dynastes hercules takakuwai Nagai, 2002
1-2. White Hercules Beetles Group
1-2-1. Dynastes tityus (Linnaeus, 1767)
1-2-2. Dynastes hyllus Chevrolat, 1843
1-2-3. Dynastes grantii Horn, 1870
1-2-4. Dynastes maya Hardy, 2003
1-2-5. Dynastes moroni Nagai, 2005
2. Subgenus Theogenes
2-1-1. Dynastes neptunus neptunus (Quensel, 1806)
2-1-2. Dynastes neptunus rouchei Nagai, 2005
2-2. Dynastes satanas Moser, 1909
- 1. Subgenus Dynastes -
앞다리의 부절 끝 마디가 비교적 얇고 길며,
앞날개의 색은 가장 기본이 되는 노란색을 비롯하여 옥색, 회색, 갈색, 올리브색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위의 다양한 발색은 앞날개의 큐티클 층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습기에 따라 그 색이 바뀌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는 본연의 색을,
습한 환경에서는 검은 색을 띄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름 등의 이물질이 흡수될 경우 완전한 검은색이 된다.
(기름으로 인한 변색은 일반적으로 끓는 물이나 아세톤으로 환원 작업을 해 준다.)
보통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 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진 종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본 파트에서는 연재가 올라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유효하게 여겨지고 있는 6종 10아종(원명아종 제외)를 다룰 예정이다.
1–1. Giant Hercules Beetles Group
헤라클레스왕장수풍뎅이(이하 헤라클레스) 단일 종으로 구성된 분류군이며 원명아종을 포함해 총 11아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크기가 100mm를 훌쩍 넘기는 개체군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수컷의 경우 형질이 잘 발현되는 대형 개체에 한하여 두/흉각의 형태, 점각의 구성 등으로 동정이 가능하며,
소형 개체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라벨에 의존을 해야 한다.
암컷의 경우 외형적 차이를 거의 찾을 수 없으며,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소순판 동정키는 다소 섣부른 동정법이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따라서 본 연재에서는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암컷은 외형으로 동정이 불가하다.’ 라는 의견에 따라
암컷 동정법은 서술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개로 현재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는 아종들의 중~대형 개체에 한정한 수컷의 동정용 검색표를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약식으로 붙여 놓았다.
본래는 다양한 동정키를 종합적으로 관찰한 후 동정을 해야 하지만
독자 분들의 편의를 위하여 중간형이나 기형 같은 특이한 일부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체를 동정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으니
참고를 바란다.
(간혹 이하의 동정표대로의 동정 결과와 실제 아종의 정체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헤라클레스 아종의 동정키는 아래의 검색표에서 다루는 동정키보다 훨씬 다양하다.)
1. 두각의 길이가 흉각의 길이와 비슷거나 흉각보다 긴가?
예 : ssp. reidi
아니오 : 2번으로
2. 앞가슴등판에 전체적으로 점각이 빽빽하게 발달하는가?
예 : 3번으로
아니오 : 4번으로
3. 흉각의 돌기가 두각의 중간 돌기보다 안쪽(기부 방향)에 위치하는가?
예 : ssp. trinidadensis
아니오 : ssp. bleuzeni
4. 앞가슴등판의 점각이 가운데는 좁고 양 옆으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형태인가?
예 : ssp. morishimai
아니오 : 5번으로
5. 흉각의 돌기가 기부에 매우 근접한 위치에서 발달하는가?
예 : 6번으로
아니오 : 7번으로
6. 두각의 끝 부분이 강하게 휘어지는가?
예 : ssp. occidentalis
아니오 : ssp. septentrionalis
7. 두각에 중간 돌기가 존재하는가?
예 : 8번으로
아니오 : 9번으로
8. 흉각이 매우 굵게 발달하는가?
예 : ssp. hercules
아니오 : 10번으로
9. 두각의 끝 돌기와 흉각 돌기가 둘 다 비교적 명확하게 발달하는가?
예 : ssp. paschoali
아니오 : ssp. takakuwai
10. 두각의 끝 돌기가 넓게 퍼지는 형태인가?
예 : ssp. lichyi
아니오 : ssp. ecuatorianus
주변의 경우를 보면 원명아종이나 리키 아종을 쉽게 생각하며 동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를 걸러내야 함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모리시마이나 트리니다드 아종은 원명아종만큼 흉각이 굵게 발달되는 경우가 존재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막상 동정을 하다 보면 위의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기 때문에 동정 자체는 빠르게 이루어지기는 한다.)
위 개체는 과연 어떤 아종일까?
여러분들이 추측해 보기를 바란다.
추후 연재에서 답이 공개될 예정이다.
- 헤라클레스의 구분 -
일반적으로 헤라클레스는 총 10~13 아종으로 구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모든 아종들을 동물이명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이 모든 아종들을 종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헤라클레스의 구분에 있어 이런 극단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아종 간의 형태적 차이 및 서식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같은 아종 내에서도 변이 폭이 크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시장에 유통되는 개체들은 잘 알려진 채집지에서 공수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형질이 대부분 잘 고정되어 있고,
이런 표본들을 접한 사람들은 아종 구분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여전히 서식지 경계 인근에서는 명확한 아종 구분이 불가능한 개체가 채집되는 경우가 있고,
형태조차 안 알려진 서식지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아종을 분류하는 태도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본인 또한 지금까지 꽤나 많은 헤라클레스 표본을 봐 왔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현지에서 미리 동정 작업을 거쳐 선별된 개체를 입수하지 않는 이상 동정에 있어서 상당히 모호한 부분이 많고
수집가 별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본인의 신념에 따른 수집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류군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본 연재에서는 현재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그리고 본인 또한 지지하고 있는)
11아종 체계를 바탕으로 아종 소개를 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Giant Hercules Beetles Group에 해당하는 개체군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촬영한 표본은 총 54점이며, 상황에 따라 더 추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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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한마디(?) :
정말 오랜만에 올리는 연재네요...
2020년 중반부터 기획해왔던 연재 시리즈를 드디어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계획 상으로는 대략 6~7편(혹은 그 이상) 분량의 시리즈로 기획중입니다...
아 물론 다음 편이 언제 올라올지는 저도 장담 못합니다... ㅜㅜ
아종 동정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충키가 906점 행운포인트를 드립니다! 점수를 확인하셔서 충키를 잡아라 이벤트에 응모해주세요!!! [응모하기!]